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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고

2024Y-23W 회고(6/3~6/9)

by leighto 2024. 6.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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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모임은 계획대로 되지 않아 (feat. 운전석과 뒷 자리)

호기롭게 직접 독서 모임을 운영해보겠다고 결심하고 시작한 독서 모임이 3회차에 다다랐다. 이번 3회차 독서 모임도 정말 간신히 진행됐다. 3회차 모임 당일에 나를 포함하여 3명이 모이기로 했지만, 참석하겠다고 투표하신 한 분이 갑자기 아무 연락 없이 모임을 나갔다. 이분 외에도 모임에 참가하겠다고 해서 들어왔다가 투표도 없고 아무 말없이 있다가 나가신 분도 있었다. 결국 모임 당일날 나와 원래 참석하겠다고 투표한 한 분, 그리고 원래 불참석 예정이었지만 갑자기 참석이 가능해진 한 분 이렇게 총 세 명이서 3회차 독서 모임을 진행하게 됐다.

실제 독서 모임을 운영해보니 '어떤 책을 읽어야 할까?, 어떤 이야기들을 나눠야할까?' 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보다 '독서 모임 인원 모집을 어디서 어떻게 해야할까? 어떻게 하면 참석율을 높일 수 있을까?' 와 같이 매 회 최소 2명이 모여 독서 모임이 진행될 수 있도록 하는 오퍼레이션 역할에 더 많은 리소스가 투입되었다 처음에는 인원을 10명 정도만 모으면 매 모임마다 최소 2명, 최대 6명 정도가 참여하여 적절한 운영이 되겠거니와, 생각했는데 어림도 없었다. 물론 2주에 한 권의 책을 읽는다는 것이 직장인들에게 있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나도 잘 알고 공감한다. 하지만 약간의 시간만 정기적으로 투자하면 2주에 한 권의 책을 읽는게 어려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문득 3년 전 한 독서 모임에서 모임원으로 활동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때의 독서 모임장이 했던 고민을 내가 지금 똑같이 하고 있는 건가. 당시에는 나 또한 독서 모임원으로서 크게 책임감이나 부담감을 가지지 않고 약 한 달에 1회정도 모임에 참여했던 것 같다. 이때의 나에게 독서 모임의 우선 순위는 한참 바닥에 있었던 것 같다. 독서 모임 일정을 먼저 세팅해놓고 다른 일정을 잡는 것이 아니라, 다른 일정이 없을 때 독서 모임에 참가했었다. 그러다보니 급급하게 독서 모임에 참가하는 게 일쑤였고 책을 완독하고 내 생각을 정리하여 모임에 참가한 적이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었을,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소중하게 시간을 내어 모인 시간을 나는 그렇게 헛되게 썼던 것이다.

이 모임도 얼마 가지 않아 해체됐다. 아마 추측하건대 모임장이 나와 같은 모임원들로 인해 운영이 힘들어 해체했을 것이다. 모임장은 책을 쓸만큼 책에 관심이 많고 책을 사랑하는 사람인데, 독서 모임을 운영하며 책으로 인해 받았을 스트레스가 엄청 컸을 것이다. 이 모임장은 말미에 다음에 다시 독서 모임을 다른 곳에서 시작할 것 같다고 밝혔는데, 지금도 아마 다른 곳에서 독서 모임을 운영하고 있지 않을까싶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독서 모임을 직접 운영해보겠다고 결심하고 시작한 이유는 내가 책을 자주 읽고 또 계속 가까이 할 이유를 하나 고의적으로 만드려는 전략 중 하나였다. 실제로 독서 모임을 운영한다는 것에 대한 책임감과 부담감이 커서 힘들지만 또 이로 인해 얻는 것도 오히려 많은 것 같다.

나는 이제껏 인생이라는 도로를 달리는 차 안 뒷 자리에 주로 탔었다. 운전자가 가려고 하는 방향, 목적지에 내 몸을 맡겼다. 나는 운전을 하느라 주의를 집중해야 할 필요도, 길을 외워야 할 필요도, 갑작스러운 비상 상황에 대처할 필요도, 노곤고곤한 졸음을 깨울 필요도, 복잡한 도로와 신호 체계들을 어떻게 해석하고 판단해야 할 필요도 없이 스트레스 없이 편하게 차에 앉아 있었다.

내 인생의 운전대를 남에게 맡긴 것이다. 그러다보니 주체적으로, 능동적으로 생각하고 판단하여 사는 것이 아니라 수동적으로, 타의에 의해, 흘러가는 대로 인생을 살아갔던 것 같다. 남들이 이끄는대로, 남들이 하라는대로, 남들이 좋다고 하는대로.

이제는 운전대를 내가 직접 잡고 운전석에 앉으려 노력하려고 한다. 책임감과 부담감을 가지고 살아가려고 한다. 갑작스럽게 타이어에 펑크가 나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폭우로 인해 앞이 보이지 않으면 어떻게 운전을 해야 하는지, 복잡한 차선과 신호 체계에서 어떤 교통 신호를 보고 판단하고 움직여야 하는지 내가 직접 겪고 직접 생각하고 직접 판단하려고 한다

내가 시작한 독서 모임은 내 인생의 운전대를 직접 잡고 운전석에 앉는 연습 중 하나이다. 이처럼 앞으로도 나는 가능한 많은 것들을 주체적으로, 능동적으로 선택하고 행동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비록 그것이 무거운 책임감과 부담감 그리고 스트레스로 다가올 지라도.

일단 지금 하고 있는 '독서 모임을 어떻게 더 잘 운영할 수 있을지'에 시간을 조금 더 쏟아야겠다. 다음 독서 모임은 잘 진행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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